2016년 7월, 나는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지 벌써 세번째인데...드디어 망할 놈의 회사를 퇴사할 수 있었다.
길지 않은 3년. 그 곳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적응이라는 명목 하에 나를 철저히 감추고 지낸 6개월.리더의 자리에 앉아있는 인간들은 대부분 멍청했다. 아니, 멍청하고 부지런했다.소싯적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 내 눈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한심해 보였다.중간관리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같은 처지의 고용인들을 괴롭히고불평하는 고용인들은 우둔한 군중이 되어 인격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입사 1년 후.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조직에 폭탄을 던졌다.월급의 문제도, 승진의 문제도, 업무량의 문제도 아니었다.그냥 인간다운 대우를 받으며, 인격이 말살당하지 않으며 일하고 싶었을 뿐이다.
너무 갑작스러운 폭탄에 중간관리자와 총괄책임자는 당황하기 바빴고예고없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밤 9시까지 개인면담이란 명목으로 나를 괴롭혔다.면담은 왜 괴롭힘이 되었을까?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마치 처음 듣는 사람인냥 놀라운 연기를 하느라 얼굴 가죽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결국 아랫놈이 참으라는 회유와 함께 그들은 멍청하고 부지런한 인간들을 품었다.그 때 나는 너무 지쳤었다. 더이상 싸울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회사...언젠가는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머지 않은 날에 또 터트리자고 다짐한걸까. 그 일이 있고 2년 후 내 인내심은 한계에 왔다.멘탈이 붕괴되는 것으로 모자라서 이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살기 위해 이 곳을 그만둬야지. 안그러면 무슨 일 생기겠다.'자기합리화가 아닐까 몇 달을 고민한 끝에 나는 감옥같은 그 곳을 빠져나왔다.
퇴사하는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패잔병처럼 힘이 없었다.6개월 동안 복용하던 효과없던 약도 퇴사 일주일만에 끊을 수 있었다.거짓말 같았다. 내 심신이 건강을 되찾으니 전혀 다른 사람이 거울 속에 있었다.아니, 어쩌면 이게 원래 내 모습일지도...
무엇이 나를 괴물로 만들었을까.나를 괴롭히던 작자들을 향한 복수심? 헬조선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비겁함을 참지 못하는 나 자신?아직도 모르겠다. 사람 사이의 갈등은 너무 많은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자발적 백수가 되었다. 참 좋았다.하지만 이젠 지겹다. 자유를 갈망했으나 그게 전부였다.자유를 얻은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더 원론적으로 나는 왜 자유를 갈망했는지 잊어버렸다.
그래. 이쯤되니 인정하자.나는 그 작자들을 향한 복수심을 자유라는 그럴듯한 판타지로 포장하여 나를 속였다.괴롭혔던 작자들에게 바라던 복수에 성공했으나 후에 밀려오는 자괴감은 견딜 수 없었다.그 작자들을 욕하던 나는 그들보다 더 괴물이 되어버렸다.
무엇이 나를 괴물로 만드는가?글쎄..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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