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자연을 몸소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과연 우리는 자연에게, 꽃에게 나무에게 감사했던 적이 있었던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또 얼마만인가.
우습다. 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우리들은 자연을 잊어버린채, 가끔은 무시하고 괴롭히며 산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보지 못하고 재앙만을 생각하며 그들을 단지 두려워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
영화보고 밥먹고 커피마시고, 밥먹고 영화보고 커피마시고, 커피마시고 영화보고 밥먹고의 반복이 아닌.
그렇다고 무언가 대단한 것을 찾으러 간 것도 아닌. 자연을 만나서 감사하기 위해 벽초지 문화수목원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규모가 제법 큰 수목원. 빨간색의 왼쪽 구역부터 천천히 걸어본다.
(출처 : 벽초지 문화수목원)
입구에서 반겨주는 왕따(소)나무. 우음도가 떠오르는건 나뿐인가?
비가 내린다는 예보는 보기 좋게 틀렸지만 위협하듯 잿빛 구름이 햇살을 필터링하고 있다. 그래도 나름 괜찮았던 하늘이었다.
나무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오랜만에 나무와 진한 스킨십도 했다.
소나무 아래는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었고..
노오란 꽃은 기지개를 펴고 새하얀 꽃은 해가 나오길 기다리는 모양이다.
앗! 갑자기 이름 모를 꽃들의 릴레이가..시간나면 저들의 이름을 찾아서 불러줘야겠다. 미안하다.
연꽃. 진흙 속에서도 깨끗하고 순수함을 지킨다는. 단아하지만 단단한 기품이 느껴지는 듯.
Heaven's Square 에 가는 길에 만난 반가운 하늘. 티 안냈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기다렸다구!
5분 후 넓디 넓은 Heaven's Square 가 푸른 빛을 뿜어내고, 나는 입을 벌리고 사진을 담아낸다.
그러나..다시 이름 모를 꽃들의 릴레이가 다시 시작됐다. 너희들한테도 미안하다.
너는 무엇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렸느냐?
떨어진 잎은 흙이 되어 나를 위한 것이 되는데, 어찌 그것을 주워 붙이려 한단 말인가.
너의 이름은 '이름 모를 꽃 10번'.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이라 맘에 든다.
단순할 줄 알았던 민들레도 다가가서 쳐다보면 그만의 속사정이 있다. 세상에 단순한 것은 없다.
이렇게 절반을 둘러보는 것도 2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들을 단순히 느끼기엔 미안했기에 몇몇은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지나치기만 해서 미안하구나. 앞으로는 눈길이라도 한 번 보내줄께.
Photographed by Canon 100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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