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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중의 경계/경기 & 서울

[2013.07.20] 장마철의 우음도 - 우음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by 철없는남자 2013. 7. 26.

우음도. 시화호가 조성되기 전, 파도 소리가 소 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 이름 붙여진 섬.

 

내가 우음도를 만난건 인생에서 손에 꼽을 행운이었다.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그 곳만의 바람과 소리, 그리고 우음도 마을의 상처까지.

나에겐 혼자 간직하며 영원하길 바랐던 소중한 장소였다.

 

사계절 중 유일하게 여름 모습만 보지 못한 우음도.

몇 주간 지속된 장마 기간에. 주말에 딱히 정해진 일정이 없었고. 문득 머릿 속엔 장마철의 우음도가 떠올랐다.

예전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우음도를 생각하며...

 

 

들어가는 길이 미묘하게 바뀌었고 공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보였다.

제2 서해안 고속도로(평택-시흥 고속도로)의 개통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장마철에는 원래 물길이 생겼었는지. 저 물길마저 우울하고 슬퍼보였다.

 

 

우음도 전망대가 생긴 모양이다. 을씨년스러운 철거촌-우음도 마을-도 많이 정리된듯. 상처가 사라진게 아닌 상처를 더 큰 상처로 덮어버렸다.

 

 

배경에 공사현장이 나오지 않으려 겨우 찍은 사진 한 장. 내가 아는 우음도는 구도를 따로 잡는 그런 곳이 아니었는데..

 

 

유명한 우음도의 왕따나무(로 추정되는 나무). 어찌하여 너의 배경이 흙먼지 날리는 공사 현장이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바퀴 자국마저 공사 현장의 상처같아 보였다.

 

 

아, 우음도. 어쩌다 본 모습을 잃었는지..이제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것인지. 해가 쨍쨍한 날에 너의 상처를 봤더라면 내 상실감이 덜 했을텐데..

 

슬펐다. 상실감도 느꼈고 한편으론 화가 났다.

하지만 이내 반성했다.

왜 인간은 편하게 살기 위해 자연을 파괴해야 하는지.

그 혜택을 받는 나는 우음도의 모습을 보며 슬퍼하는게 맞는건지.

 

어쩌면 문명의 혜택을 받는 내가. 취미랍시고 육지화 된 우음도에게 사진기를 들이대는

그 행동조차 매우 이기적인 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슬프다. 소중한 가족이 병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우음도를 찾아 변해가는 모습을 담는거란 생각에 무력함을 느낀다.

왜 내가 좋아하는 우음도를 위해 할 수 있는게 이렇게 없는건지.

 

그래도 생각을 고쳐 먹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기에

나는 그 섭리를 따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 포스팅을 보고 우음도를 한번씩 찾아가면 더욱 좋겠지만,

우음도라는 이름을 가슴 속에 새겨두면 덜 미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Photographed by Canon 100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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