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지시 던졌던 '수박 갈아마시기'가 수박 맥주로 발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박과 맥주라.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시도해본다. 과연 결과는..?
나는 걸어서, 친구는 자출용 자전거를 타고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서 만난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내 생태습지공원...이라고 가끔 불리지만 공원이라고 할만큼 크진 않다.
그냥 동네사람들이 호수를 중심으로 산책할 수준의 크기. 괜히 이름만 크게 지어진 느낌이다.
수박 맥주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딸기. 딸기는 우리 엄마가 나 혼자 먹으라고 제공하심! ㅋㅋ
열심히 제조한 수박 맥주와 빠질 수 없는 오징어집.
수박 맥주의 색깔은 그럴듯하고 저 멀리서 국악이 들리며 날씨는 선선하니 정말 좋았다.
그러나!!맥주는 생각보다 너무 맛이 없었다. 맥주로 사용된 '필스너 우르켈'이라는 체코 맥주는 본연의 맛이 너무 강한-잔디 맛의-맥주였다.
당도 높은 수박이라도 강한 맥주의 쓴 맛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맥주:수박의 비율을 떠나서 달달한 탄산음료와 섞어 마시는 편이 나을거라 생각한다.
그나마 짭짤한 과자로 달고도 쓴 맛을 덮을 수 있어서 겨우겨우 다 마셨다;;
역시나 드러누은 그. 이게 취미인듯.
수박 맥주는 실패했어도 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누워있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래도 수박 맥주 맛은 정말 fxxking했다. 다시는 그런 짓을 안하리..
생태습지공원(?)의 전경. 저 멀리 기숙사를 볼 때마다 호텔같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깨어있는 동안 초록 물결의 나무와 풀내음을 맡으며 사진기를 들이댄다.
조용한 적막 속에서 느끼는 행복, 이런게 아닌가 싶다.
비록 수박 맥주 제조는 실패했지만 초여름의 밤을 제대로 느낀 밤이었다.
Photographed by Canon 100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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